McGee'SAW2011. 1. 26. 09:16

물론, 나는 사우스파크 팬이다.(더...덕후는 아님요!)

내가 사우스파크의 광팬이 된 요인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첫인상(극장판)은...귀여운 녀석들이 내 뱉는 화끈한 욕지거리에 눈과 귀가 쏠렸고,
DVD TV판을 보며, 제작자들의 병스러운 오프닝과 스토리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재기발랄한 연출에 배꼽을 잡았고,
이미 무릎팍이 나오기 이전부터 산으로 가는 스토리에 정신없이 웃었으며(말그대로 뇌가 울릴 정도),
유주얼 서스펙트, 올드보이,쏘우시리즈에 버금가는 반전과 충격적인 영상에 혀를 내둘렀다.

(올드보이는....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말그대로 백지 상태로 영화관에 들어갔으며, 화면과 스토리에 빨려 들어 반전같은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봤다. 반전 영화라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들어갔으며...연출에 압도되고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뒤에 뭔가 있겠거니 라는 생각은 영화 보는 내내 전혀, 전~~~혀 하지 못했다. 덕분에 20대에 본 가장 충격적인 영화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정말 결정적으로 사우스파크를 다시 보게 되고, 덕질 팬질을 하게 된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론, 사우스파크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 되는 제작자들의 의도에서 나는 통쾌함을 느꼈다. 그 통쾌함이란, 가식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대중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서 나오는 통쾌함이었다. 차별과 편견을 지니고 있지만, 교양있는척, 예의범절을 차리기 위해 감추고 있는 인간의 비열한 내면을 가감없이 그대로 표현한다고 할까...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고 아무런 꺼리낌 없이 말이다. 작게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부터, 사회 생활에서의 각종 편견,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에 대한 것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비꼼으로 만이 아니라, 편견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키고, 편견대로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편견을 그대로 나타내 버린다. 마치 우리 속마음을 엿보면서 다 알고 있으니 내숭떨지 말고 까버리라는 듯 말이다..

 두번째론, 특정 에피소드를 통해서 느낀점인데, 바로 701 I'm a little bit Country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는 이미 내가 리뷰를 한 에피이지만, 과장을 섞어서 이야기 한다면...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다르게 보게 만든 에피소드중 하나이다.
리뷰 : 2010/05/11 - [사우스파크/사우스파크論] - 사우스파크의 진짜 매력 - 자기모순, 혹은 이중모순 (2)

 양비론적인 관점을 견지 한다는 것이, 언뜻 이성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이상론적인 망상에 불과하며 생산성이 결여된, 현실에서 그리 바람직한 관점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 바이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표출된 양쪽의 관점 - 다시 말해 양쪽의 의견에 대한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명쾌하고 감탄스럽다.

 안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에피소드에서 사우스파크는 반전주의자들과 전쟁찬성론자로 나뉘어 격렬히 대치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트맨은 과거로 돌아가(!) 미(美)건국의 아버지들을 만나 해결책을 전수 받아 온다. 그 해결책이란..

...전쟁에 굶주리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건국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하고 싸우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에게 보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래서 두가지 모두다 충족하는 방법을 세워보겠습니다.

 전쟁을 하면서, 전쟁에 항의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의 새로운 국가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대로 놔둔다면, 몇몇은 전쟁을 지지할 것이고 다른 한쪽은 반대하겠죠. 그말인즉, 하나의 국가 인채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전쟁을 하도록 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국민들에게 정부의 하는일에 반대하는걸 허용한다면, 이나라는 평생 욕먹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국가는 전쟁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전쟁에 반대하시는분들도 필요합니다. 왜냐면 저분들이 있어야 이 나라가 제정신이고, 인명을 존중하는 국가로 보이기 때문이죠.

전쟁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필요합니다. 왜냐면 온나라가 계집애 같은 반대론자들로만 구성되어져 있다면 우린 바로 정복당할 테니까요

그것이 바로 둘다 허용하는 이유입니다.





누가 사우스파크 오덕 팬 아니랄까봐, 기성용 세레머니라는 제목을 달고 왠 낚시질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기성용이 PK로 골을 넣고, 원숭이 세레머니를 하는 순간, 내 마음도 복잡해졌다. 통쾌하고 후련하고 웃겨 죽겠네 하는 마음, 아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스포츠 경기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건 비 신사적인게 아닐까 하는 마음....역시 전반전이 끝날 무렵 기성용의 세레머니는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으로 올랐고, 트위터에서도 많은 의견들이 오고갔다. 통쾌하고 잘했다는 것과 함께 많은 분들이 저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 글쎄....기성용의 세레머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리고 잠시 후 역시나, 사우스파크의 701 I'm a little bit Country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마치 트레이와 멧이 이런일이 있을거라는걸 알기나 했듯, 마치 이미 몇년 전 부터 내(대중들) 마음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었다는 듯...)

그래 맞다..

우리에겐 기성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같이 통쾌하게 즐기고 속이 후련해 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또 그런 기성용의 세레머니를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예의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배알도 없는 pushover 같은 나라로 보이거나,
예의도 모르는 무례하고 속좁은 국민으로 보일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둘다 이해하고 인정하는 이유이다.




관련기사 : 기성용 "욱일승천기 보니 울컥" 원숭이 세리머니 해명

ps. 이글을 스포츠로 보내야 할지....해외축구로 보내야할지....만화로 보내야할지....
Posted by Mc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