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태환 사태에 대해
약물 투여의 고의성,
검찰의 수사 결과,
국제도핑기구의 판결,
유사한 상황의 동료 선수와 대비되는 대응과 반응,
금메달리스트 라는 그의 경력,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인이라는 지위,
대국민사과의 진정성,
등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약물복용은 당연히 큰 잘못이다. 하지만 이번사건의 쟁점은 다른곳에 있다.
이런 저런 의혹을 아무리 품어봐도, 결국 약물투여의 고의성은 당사자 만이 알 수 있는 문제이고,
이미 검찰의 수사도 수사 초기부터 국제 도핑기구의 판결에 최대한의 힘을 실어 주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검찰이나 국내 언론도 이런 힘 실어주기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공공연하게 보도 하기까지 하고 있다. 기가찰 노릇이다.)
국내에서의 눈물겨운 노력에 국제 도핑기구에선 아시아 간판선수 중 한명인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가능을 열여 주는 것으로 화답했고
은사를 비롯한 협회의 많은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이 또한 매우 놀랍게)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올림픽 출전을 시켜서 이번일에 대한 죄를 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정신나간 의견도 있다. (정말 수영을 통해 죄를 씻고 싶으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많으며 3년간의 출전금지가 끝난 이후에도 할 수 있다.)
사건의 터지고 수개월동안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입장표면이나 작은 성명서도 발표 하지 않았던 당사자는 (여론이고 나발이고 대형 로펌 부터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여 여느 재벌 2,3세나 정치인들의 작태를 연상케 했다) 대한 수영협회의 판결만 남은 지금 상황에서 마치 기다렸다는듯 성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한바가지 흘려주신다.
좋타. 이런 저런 의혹이나 퍼포먼스 혹은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일련의 요식행위들은 그냥 그렇다고 하자.
(재벌총수 검찰 출두엔 언제나 마스크와 휠체어가 필수 아이템인 것처럼)
하지만 문제는 박태환이 아니다.
내가 분노하는 것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에 있다. 단지 그것 뿐이다.
금메달 리스트니깐 한번은 봐주자 라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며 더더욱 놀라 자빠질 의견들은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터넷을 찌질한 댓글만 달기 바쁜 니놈들은 박태환을 욕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특정인을 위해 원칙을 바꾸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거론되고, 마치 별것 아닌것으로 치부되는 사회적 반응이 어처구니 없다는 것이다. 불과 몇일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았던 '이중처벌'논란이 갑자기 대형로펌을 통해 대두되는 이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고 불합리 하게 느껴진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겨우 그깟 협회 규칙 같은게 뭐라고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대냐고... 나는 반문하고 싶다. 겨우 그깟 협회(그깟? 나라의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곳인데?)의 규칙과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으면 도대체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원칙과 규칙이 무어가 있겠냐고. 스포츠 판에서 조차 이런 원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는 정친인들과 공무원이 원리 원칙을 지켜 가며 국정운영을 할 것을 요구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원칙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달 16일이면 대한민국을 큰 슬픔에 잠기게 했던 사건이 발생한지 일년이 되는 날이다. 어른들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리 곳곳에 리본을 매달던... 그때 그 어른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한탄할 노릇이다.
ps 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 하는게 매끄러울까? 우선 본래 규정대로 박태환선수에게 3년간 국대 자격을 박탈 하고, 해당 규정은 12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이중처벌' 여부를 가려서 폐지하던지 하면 된다. 박태환이 은퇴를 하든 리우를 거르고 다음 올림픽을 나가든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ps2 근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글을 쓰면 쓸 수록 그런 생각이 자꾸든다... 애라...그냥 규정 바꾸고 출전 시켜 줘뿌라 ㅅㅂㅋㅋ.. 귀찮기도 귀찮고... 여론몰이 하는거 보니 뭐 어차피 하고 싶은데로 하겠더만 ㅋ... 스티브 유도 그랬었고, 배상문이도 그럴꺼 같고... 또 뭐 어차피 '약쟁이' 별명 가진 운동 선수가 뭐 한두명이래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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