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맨의 이야기를 하면서 빠뜨릴수 없는것 중 하나는, 역시 카일과 카트맨의 대결구도이다. 이들의 대결구도는, 사우스파크의 기초인 크리스마스 정신 편에서 부터 표현된 것으로, 이것을 빼면 사우스파크 전체 스토리가 성립이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다.

 카트맨과 카일의 애증적 관계는 복잡하다. 이들이 서로서로 유태놈! 뚱돼지! 라고 부르는건 아침에 만나면 인사대신 쓰는말이나 다름 없을정도로 평범한 것이며, 워낙 당연한 것들로 취급되어 이제 큰 싸움거리가 되지도 못한다.


유태놈이라는 놀림 때문이 아니다. 져지 피플이라는 놀림에 화가난것일뿐...


 잘 알려진 대로, 카일 블롭플로스키(Kyle Broflovski)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유대인으로, 카일도 당연하게 유대인이다. 카일은 유대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비교적 잘 이해하는 편으로, 유대의 율법과 관습을 지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등, 유대인의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유대인의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는등, '좋은 유대이웃'으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유대인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표현하는 사우스파크의 캐릭터
 (브롭플로스키 부부의 '코'는 사우스파크의 여느 어른 캐릭터들과 달리 과장되어 표현된다. 유대인의 큰코는 자주 등장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엑스파일 4시즌 6화 <Sanginarium-초능력살인>에피소드서도 멀더가 자신의 코를 컴퓨터를 통해 모의 성형 해보는 장면이 나온다. (데이비드 듀코브니도 역시 유태인)


 물론 카트맨의 카일을 싫어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카일이 (비열한)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에피소드들을 자
세히 들여다 보면, 카일에게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Q. 카트맨은 왜 유대인을 증오할까?

  1. 유대인이 예수님을 죽여서.
  2. (존경하는) 멜 깁슨이 유대인을 싫어해서.
  3. (위대한) 히틀러가 유대인을 싫어해서.
  4. 카일이 싫은대 카일이 유대인이어서.
  5. 그냥 싫음.


 카트맨의 몇가지 오랜 숙원중 하나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다(이것도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그러나 이 백만장자가 되는 것보다, 단순히 '카일에게 이기기'가 훨씬 더 원대하고 중요한 카트맨의 Major 삶의 목표이다. 이러한 카트맨의 카일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유대인 카일'에 대한 증오를 넘어서 '친구 카일'에 대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강박적인 집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집착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바로 9시즌 11화 Ginger Kid 에피소드이다. 카트맨은 아이들(대중)에게 '진져'에 대한 공포심을 먼저 심어준 다음, 카일이 변종 진저라는 논리를 펴, 카일을 왕따 시키려고 한다. (정말....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영악한 모습..)
 사실 '진져'의 조건중 카일에게 들어 맞는 사항은 "붉은 머리색" 뿐이 없다. 나머지 밝은 피부주근깨, 태양에 노출하지 못하는 피부등은 카일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카일도 이러한 점을 들어 자신이 진져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그정도 반박 쯤이야 카트맨의 계산엔 이미 들어가 있다.

데이워커란? 붉은머리를 가지고 있으나, 밝은피부나 주근깨가 없는 진져


 카일이 '데이워커'라는 변종 진져라는 논리를 편다. (나중에 밝혀진 골때리는 사실은 사실 데이워커, 혹은 하프진져라 불리우는 변종 진져란 존재는 카트맨 자신이었다)


 사실, 이 사건 정도는 카트맨의 기준으로 큰 일도 아니었다. HIV 에 감염된 자신을 놀리는 카일에게 "몸이 아픈 친구를 놀리면 안된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겠다."는 핑계로 HIV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에피소드도 정말 웃긴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사회자가 에이즈 치료제를 발명한 용감한 두 친구라며 카일과 카트맨을 소개 하자, 카일이 카트맨을 가르키며 "이놈이랑은 친구가 아니라구요!. 이놈 때문에 에이즈에 걸렸다구요!" 라고 반박한다. 곧 사회자는 "용감한 두 친구"에서 "용감한 두 연인"으로 바꿔서 소개한다.

순식간에 게이 커플로 오해 받는 두 원수


 또한, 카트맨은 카일에게 이기는 일이라면 역사까지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 남북전쟁을 재연하는 행사에서, 카트맨은 남부군의 제너럴 리로 변신해, 역사 재연을 위해 항상 지도록 설정되어 있는 남부군 어른들을 설득해 북부군에게 이기자고 한다. (사실 설득이라기 보다 알콜에 의존한 것이지만...) 재연행사로 시작해 혁명으로 까지 번저버린 카트맨의 선동은 마침내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한다.

카트맨 리 장군으로 부터 항복권유서를 받은 클린턴 대통령 (사실 가짜 몰카 비디오를 이용한 협박문서임)





 카트맨의 머리속에 카일이라는 존재는 흔히 3 - J (진져,쥬,져지 3종셋트)로  악의 결정체....아니 재수없음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내 아이들이니 가끔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일도 있긴 하다. 그러나 시즌을 통털어 카트맨은 단 한번도 싸움에서 이긴적이 없다.그 누구와의 싸움에서건 말이다. (딱 한번 있긴 하다...Dr. 데이빗 넬슨과의 싸움...물론 마지막엔 카트맨이 카운터 펀치를 맞긴 했지만........카트맨은 정신승리 신공을 펼친다.)
 특히 카일은  카트맨과의 싸움질엔 단한번도 패한적이 없다. 카트맨이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 단 한방에 엉엉 울음을 터트린 경우를 심심찮게 볼수 있으며, 눈삽으로 신나게 맞은 일도 있었다

.........라고 했지만....모든 싸움이 정정당당 한 것만은 아닌 지라..

불알치기 없기!를 외치는 카트맨...하지만 이 싸움의 끝은, 카트맨의 불알차기로 끝난다.









하지만, 카트맨에게 있어서 카일이란 존재는 단순한 '짜증나고 미운 유태놈' 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깊은 유대를 지니고 있는 장면을 몇가지 볼수 있다.

 카일이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게되자, 카트맨은 승리의 파티를 연다. 사실 그 파티는 카일 환송회였다. 하지만 파티 주최자 카트맨은 정작 당사자인 카일을 초청하지 않고 이렇게 말을한다 " 왜 그놈을 초대 해? 이건 우리의 축제라고!"

 카일은 떠나고 마냥 즐거워 할줄만 알았던 카트맨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버터스에게 카일 대신 유대인 역활 놀이를 시킨 것이다. 물론 우리의 착하고 순수한 버터스는 아무리 자기를 놀리고 비웃는 것일지라도 같이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한다. 그리고 카트맨이 유태놈이라고 놀릴 때 마다, "그래 나는 비열한 유태놈이야." 라며 맞장구를 친다. 카트맨은 그런 버터스에게 화를 내며 네녀석은 절대 유태인을 수 없어! 라고 한다. 그렇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꼴 보기 싫은 카일이지만, 없으니 허전해 하는 카트맨 이었다.
 강력한 스머그 폭풍에 샌프란시스코가 위험에 처하자, 카트맨은 위험을 무릅쓰고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카일을 구출한다. (갓뎀)히피들의 땅 샌프란시스코에 발을 들여 놓는 다는 것은 카트맨으로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스머그 폭풍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카일을 구출하는 카트맨


카트맨은 결국, 카일과 카일의 가족들을 구출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버터스 뿐이다. 카트맨 또한 그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런 사실을 버터스에게 함구 하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니...)

012

또 욕을 주고 받는 둘. 하지만 카트맨에겐 이런 상황이 행복하다





내가 번역한 에피소드중, It's Jersey Thing 에피소드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뒤에 붙인 "(헉?!)"은 자막을 만든 나의 감정 표현이다. (사실....좋은 자막은 저런식으로 제작자의 의도가 전달되는걸 지양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이런 것들이 또 열린 자막 - 누구나 제작 가능하고 수정 가능한 자막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도 있다) 
 자막 제작당시 순순히 카일에게 고맙다고 하는 카트맨에게 무척 놀랐다. 시리즈 전체를 통털어 처음있는 역사적인 일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이와 관련해서는 4시즌 13화 Trapper Keeper 에피소드에서 엔딩 스크롤 직전, 카트맨이 카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엔딩 스크롤이 올라 가버린 전적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카트맨이 카일에게 사과 한 일이 저때가 처음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지만...)





 카트맨과 카일의 관계는 남녀관계 이상으로 복잡하고 오묘해 보인다. 하지만 둘의 애증 관계는 물과 기름같은 존재라기 보다, 오히려 불과 기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또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카일과 카트맨의 혈액형이 똑같다. 둘다 사우스파크에서 유일한 AB- 형이다. 이러한 사실은 Cherokee Hair Tampons 에피소드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카일은 카트맨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물론, 당연하게도, 순순히 카트맨이 카일에게 이식을 해준것은 아니다. (신장 값으로 1000만 달러를 요구함) 물론, 여기서 카트맨이 신장 이식술을 거부한 이유는 상대가 카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그보다 단순히 '내것'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개념이 부족한, 유아적인 집착 때문이 더 컷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Posted by Mc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