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3 - [Feel what I feel] - 악마를 보았다 (스포? 스포 할거 조차도 없구료...)
확실한 사실 하나.....<악마를 보았다> 보단 불쾌한 영화였다.
(오해는 마시길...<악마를 보았다>를 워낙 '무덤덤 하게' 본 사람이라...)
불쾌한 영화였다 라는 표현도 헷갈리지 모르겠으니 명확하게 하자...
나는 불쾌한 영화를 보고 싶었고, <세르비안 필름>을 보고 나서 그런 불쾌감을 느꼈다...고로 괜찮았던 영화란 말이다.
불쾌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불쾌한 영화를 찾아보고나서,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면...그거야 말로 즐겁게 영화를 관람한 셈이 아니겠나 ? <악마를 보았다>도 불쾌함을 즐기려고 보았지만, 영화 자체는 전혀 불쾌하지 않아서, 나는 불쾌했다고! (뭐임 그럼? 결론적으로 불쾌감을 느꼈으니 된거 아니냐고? 아니....영화 내용에 불쾌감을 느끼고 싶었지, 재미도 없는 영화를 보느라 시간낭비한걸 생각해서 불쾌감을 느끼고 싶진 않았거든)
<악마를 보았다>와 잠깐 비교를 해 보면, 악보의 문제는 시나리오 상으로 너무 뻔한 전개였다. 화면상의 잔인함, 화면으로 전달되는 잔인한 영상은 물론 악보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영화'를 보고 있는거였다. 다큐멘터리나 기록영화에서 보여주는 실제 일어나는 일을 화면으로 보는게 아니란 말이다. 영화로서 전달되는 '영상의 잔인성', '화면의 잔인성'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정교한 특수효과나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도, '니가 아무리 잔인해봐야, 영화 캐릭터이고 픽션일 뿐이야...' 라는 생각이, 아니 생각이 아니라 본능에 가깝게 머리속에 각인이 되어 버린 상황 하에서 보면....크게 와 닿지 않는단 말이다.
그럼, <세르비안 필름>과 <악마를 보았다>의 차이는 무었이냐? 바로 상상력이다.
"사람은 상상력 때문에 비겁해 지는거래. 상상을 하지 말아봐...졸라게 용감해질수 있어." - 올드보이
화면만을 통하지 않고, 각종 연출과 다른 요소들을 통해 인간의 (비열하고 삐뚤어진 내면에 잠재된)상상력을 자극 시키면 훨씬 잔인해진다. 화면으로 전달되는 잔인성의 한계를 채워주는게 바로 인간(관객)의 상상력을 동원 시키는 방법이다. <세르비안 필름>은 <악마를 보았다> 보다, 훨씬 더 상상력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연출을 통해 부족한 잔인성을 채워나간 덕분에, 더욱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후반으로 갈 수록, 뻔하고 보이는 결론으로 치닫는 점은 <세르비안 필름>도 썩 훌륭하진 못했다. 소재는 괜찮았지만 그 괜찮은 소재와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방법에 있어 세련된 맛이 약간 부족하고 진부했다고 해야할까? 2%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앞서, 나는 불쾌한 영화를 즐기고 잘 보는 편이라고 했다. 내가 이런 영화를 잘 보고, 잔인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픽션에 대한 '자기방어기제'를 잘 적용해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정확한 용어는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인간은 자기 스스로의 정신적 외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실이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인지하게 되면 어느 순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없었던 일인것처럼 행동하고, 그 사실을 부정해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려는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한다.)
<세르비안 필름>을 감상한 후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려고 블로그 사이트를 뒤지더중 재미난 포스팅을 발견했다. 잠시 인용해 보면
나는 이런 고어 필름이나 스너프에 가까운 잔인한 영화를 보는것보다, <추적60분>을 보는것이 더 힘들다. 물론 <추적60분>에선 살인도구를 보여주고 선혈이 낭자한 화면을 보여주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순간 그 어떤 고어 영화의 화면보다 잔인한 실제 현실의 장면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멋진 표현이었다. 맞다. 그래....나도 이런 영상을 보면서 '이건 단지 영화(픽션)일 뿐이라는 자기방어를 강력하게 하는 덕분에,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것일테다...하지만, 추적60분이나 각종 범죄 재연 프로그램을 보면, 단지 픽션일뿐이라는 자기방어막이 사그라 들어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비슷한 예를 들어 보자면...
얼마전 인터넷을 떠들썩 하게 했던 '캣쏘우'사건이 그러했다. 사건이 대충 어떤것인지 알았던 순간부터, 관련 사건에 대한 일체의 정보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행동했다. 기사 클릭은 커녕, 그런 기사를 올릴만한 각종 게시판과 웹사이트 근처에도 얼씬 거리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몸서리 쳐진다...왜냐고? 상상이 되거든...제아무리 화면을 흐리게 하고 모자이크를 해도, 그 넘어로 얼핏 붉으스름한 사진을 보는 순간 말그대로 미쳐버릴것만 같다.....지금도 말이다)
※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세르비안 필름' 이라는 은어 자체가 실제로 있다고 하는거 같습니다. 뜻은....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드porn, 스너프porn을 뛰어넘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게 아닌가 조심스래 추측해 봅니다. 아마 그런 영화들이 세르비아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어서 세르비안 필름이라는 별칭을 얻은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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