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파크의 한 에피소드 제작기간이 단 일주일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보통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드'가 철저한 사전 촬영과 시즌제를 고수 하는대 반해, (특히 근래에) 시사성을 강조하는 사우스파크의 이런 제작방식은 정말 탁월한 순발력을 보여줍니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랑 완전 반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경우엔 드라마가 쪽대본에 강행촬영, 방송시간 단 몇분전 까지 편집실 사투 등을 벌이고, 국내 기획 제작 애니매이션은 (아마도) 대부분 사전 제작을 하지요.
많은 에피소드들중, 특히 그 방영시기의 절묘함 때문에 화제가 되었던 12시즌 12에피, <All About Last Night> 에피소드의 1주일 제작기록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All About Last Night 에피소드는 미국 제 56대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날 방영된 에피소드입니다. 미국 현지시각 2008년 11월 14일 밤11시(동부)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고, 바로 그 다음날 저녁 코메디 센트럴을 통해 에피소드가 방영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선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내용으로 방영되었습니다. 후일 "혹시 매케인(공화당)후보가 당선되는 버전이 존재하는것이 아니냐?" 라는 질문에 제작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아니다. 매케인 버전은 없다. 멧과 트레이는 오바마가 당선한다고 확신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었고, 만에 하나 매케인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멧과 트레이는 오바마가 당선되는 내용 그대로 방영을 해서 사상최대의 방송사고로 남기려고 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특히 방송사고 어쩌구 하는건 더욱 그렇죠. 다만 출처는 사팍 공홈의 FAQ 입니다.)
※ 엄청난 사팍 팬이거나,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만 아래 링크 동영상들을 모두 보시기 바랍니다. 파트별로 딱 잘라서 제작되는게 아니고, 전체의 대략적인 스토리 위에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계속해서 장면을 늘리고 살을 덧 붙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반복되고 중복됩니다.
Day 1Oct 31, 2008119 Hours till Air
할로윈데이 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은 대통령 당선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프로덕션팀에서 한달전에 에피소드의 초반부를 제작해둔 상태였지만, 그뒤로 27일간 더이상 아무 작업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미 상당수준의 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이지만, 이 영상과 대사들의 대부분은 최종결과물과 상당한 차이가 날것입니다.
Day1 특이사항 : 최초 에피소드의 제목은 <Welcome, President Obama> 였다. 스탠의 집엔 오직 마쉬 가족들만 모여서 TV를 보고 있다. 브롭플로스키 부부가 메케인 지지자로 출연했는데, 최종 방영판에서 그들은 오바마 지지자였다. 주요 캐릭터들의 목소리 더빙이외에 각종 효과음 들의 일부분은 녹음 되지 않은 상태이다.
Day 2Nov 1, 200893 Hours till Air
방송까지 93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제목이 "McCain '08"로 바뀝니다. 가장 큰 변화는 버터스의 아버지가 매케인 지지자가 되었으며, 그의 낙선에 매우 실망을 합니다. 오바마와 메케인이 Hope Diamond 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합니다.
Day2 특이사항 : 제목이 다시 <McCain 08>로 변경되었다. 매케인 지지자로 나왔던 브롭플로스키 부부가 사라진 덕분에 이전에 프로덕션팀에서 제작해둔 부분을 날려버려야만 했다. 그 부분은 러프 스케치로 대채되었으며, 아마도 다시 작업에 들어갈듯 하다.
Day 3Nov. 2, 200874 Hours till Air
4분 가량의 분량이 추가 되었습니다. 아이크가 매케인 지지자임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 추가되었으며, 거리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의 장면도 추가 되었습니다. 대사와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건 트레이가 대본을 조금씩 수정하며 에피소드를 완성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입니다.
Day3 특이사항 : 제목이 방영판 제목으로 다시 변경 되었다. 애니매이션과 성우들의 목소리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 몇군대 있다. 러프 스케치 내용을 유심히 보면, 오션스 일레븐의 "사울 브룸" 패러디를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미쉘 오바마의 목소리는 원래 트레이 파커가 연기했다. (물론 나중에 여성 성우로 변경 할 것을 염두해 두고 한 것일 수도 있다)
Day 4Nov. 3, 200846 Hours till Air
방송되기 45시간 정도 남은 상태에서, 에피소드의 길이는 대략 20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스토리보드 판넬(러프 스케치) 부분들이 조금씩 애니매이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4일째에 주목할만한점은 사라 페일린과 미쉘 오바마의 등장입니다. 또 에피소드의 앤딩이 정해진것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Day4 특이사항 : 사라 페일린의 목소리 역시 트레이 파커가 연기했으며, 아이크의 목소리 조차 정채를 알 수 없는 (파커로 추정됨) 인물이 했다. 미쉘 오바마의 경우도 그렇고, 단지 스토리 보드의 완성을 위해 임의로 먼저 녹음을 뜨고, 나중에 성우를 투입해서 완성하는듯 하다.
Day 5Nov. 4, 200826 Hours till Air
방송까지 26시간 뿐이 남지 않은가운데, 지금 시각 밤 11시 입니다. 제작진은 벌써 13시간째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이제막 확정되었으며 당선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에피소드에 녹음된 오바마의 연설은 임시적인 것입니다. 트레이가 실제 오바마 당선자의 연설문중 일부를 골라 다시 녹음할 것입니다.
Day5 특이사항 : 제랄드가 마쉬내 가족과 함께 오바마의 당선 연설을 보고 있다. 팔린과 미쉘 등 여자 캐릭터의 목소리가 여성 성우로 교체 되었다.
Day 6Nov. 5, 200814 Hours till Air
지난 8시간 동안, 트레이가 오바마의 실제 당선연설문을 녹음했으며 애니매이터들이 그부분을 작업중에 있습니다. 또한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장면도 작업중입니다. 애니메이션화 되지 않은 러프 스케치가 20장면 정도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쇼를 완성하기 위해 4시간정도 추가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6일째 날은 정말 빨리 지나가는군요!
Day6 특이사항 : 초반 오바마의 당선 연설 부분의 애니메이션은 그대로 놔둔체 트레이가 실제 오바마의 당선 연설문 내용으로 다시 더빙하여 싱크가 맞지 않는다. 멕케인의 연설또한 비슷한 이유로 싱크가 맞지 않는다. 랜디의 노래와, 카트맨의 TV장사 부분이 깨알같이 추가되었다. 미쉘 오바마의 목소리를 트레이가 내는 장면이 있다. 이 대사는 새로이 추가된 부분이으로 임시로 트레이가 녹음만 해 둔듯 하다.
Day 7Nov. 5, 2008..Still Day 6 On Air!
Watch the Full Episode "About Last Night" Now!
이렇게 사우스파크는 만들어져 방영됩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짓을 또 해야 하지요..)
처음에 5분 남짓하던 영상이 매일매일 조금씩 살을 붙이고, 러프 스케치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면서 런닝타임이 늘어납니다. 재미난점은, 러프 스케치를 이용한 스토리 보드에 제작자들의 목소리 더빙이 먼저 있은 후, 프로덕션팀이 러프 스케치를 애니메이션으로 교체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목소리 더빙 - 즉, 성우가 화면을 보고 입을 맞춰서 녹음 하는게 아니라 성우의 목소리에 맞춰 입모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것 같군요. (원래 영화 더빙이 아니라 애니 더빙은 이렇게 하는건가요? ㅎ) 물론, 제작자들이 매우 빈번히 대사를 바꾸거나 추가/삭제를 하기에, 애니메이션 제작 팀의 일도 한번에 끝나는건 아닐겁니다. 16시즌 지플라이닝 에피소드의 뒷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 정확하게 딱 7일만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드는건 역시 아니었습니다. 어느정도 사전제작을 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손바닥 뒤집듯 맘을 바꾸는 두 인간들 때문에 많이 살리지는 못하네요. 솔직히, 딱 7일만에 만든다면 사우스파크스튜디오엔 엄청난 체력을 소유한 천재들만 모여있다는 소리겠죠..
더불어, 사우스파크의 작화(?)는 한국에서 이뤄진다는 사우스파크 상식의 진실성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에 언급된 '프로덕션팀' - 즉,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팀이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거의 리얼타임에 가까울 정도로 이렇게 신속하고 빈번한 작업을 태평양을 건너서 하는게 과연 실효가 있을지 회의적이네요. 사실, 캐릭터의 동작이나 일부 연출들 중 가끔은 누가 따로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알아 차리지 못할정도로 깨알같이 디테일한 부분도 있는데 말이죠..
몇가지 추측을 해봅니다만, 하나는 예전에 지금처럼 1주일 1에피 방영이 아니라 4~5주에 한두개 정도 에피를 방여하던 시절엔 실제로 한국에서 만들었다. 아니면, 아마 한국에서 이뤄진 작화는 사우스파크 극장판 뿐일것이다... 정도입니다만... 모르겠네요. 정말로 밤낮이 바뀐체로 미국 사팍스튜디오에서 오는 전화와 이메일만 눈에 불을 키고 기다리고 있는 애니메이터 팀이 한국에 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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