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Book2011. 4. 7. 09:44

 
드디어 야구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중고딩때 열광했던 농구에 대한 열기가 식어지면서 겨울을 버티기가 힘들었는데, 야구가 개막한걸 보니 드디어 봄이 왔군요. (사실 이제 EPL과 챔스가 있어서 버틸만 합니다 핫핫)

 NilToHero님의 추천을 받고, 야구 시즌 개막을 맞아 산 <야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정말 한번 손에 쥐면 중간에 손에서 놓기가 힘이 들더군요. 야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겐 물론, 꽤나 골수 야구팬들도 읽으시면 매우 재미 있습니다. 좋은 원문과 함께, 감칠맛 나는 번역도 한몫을 단단히 하는 책입니다.

야구란무엇인가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 구기종목 > 야구
지은이 레너드 코페트 (황금가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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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야구의 현장 - 사인 편에 나오는 일화 소개를 잠시 인용해 봅니다.
(※ 번역된 단어를 100% 그대로 기재 합니다.)

...... 딕 홀은 1950년대 초 꼴찌팀이던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외야수였다. 개러지올라는 이 팀에 몸담고 있었고 감독은 프레드 헤이니, 사장은 브랜치 리키였다. 시골뜨기인 은 뒷날 (1960년대) 볼티모어에서 구원 투수로 성공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개러지올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애송이 야수에 불과했다.
 개러지올라가 밝힌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헤이니 감독은 타석에 들어가려는 을 불러놓고 귓속말을 했다.

" 너는 살아나가면 무조건 뛰라고. 사인은 이거야. 이렇게 내가 모자챙을 만지면 뛰는 거야.
이렇게......, 알았지? 날 잘 봐. 이렇게 하면 뛰는 거다?"
" 예, 알았습니다."

 마침 은 안타를 치고 나갔다. 헤이니 감독은 초구에 도루 사인을 냈다.
 은 뛰지 않았다.
 헤이니 감독은 2구째에도 도루 사인을 냈다.
 은 뛰지 않았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다음 타자가 땅볼을 치고 말자 스타트가 늦은 홀은 2루에서 병살당하고 말았다.
 그 이닝이 끝난 뒤 헤이니 감독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슴을 달래며 을 불러세웠다.

" 너 아까 내가 모자챙 만지는 것 봤어, 못 봤어?"
"봤습니다."
"그게 무슨 사인인지 알아?"
"네, 압니다"
"뛰라는 사인이지?"
"네, 그렇습니다."
"내가 그 사인을 내는 것 봤지?"
"네, 그렇습니다."
"이 호랑말코 같은 새끼야, 그런데 왜 뛰지 않았어?"
"진짜가 아닌줄 알았습니다."
...... 


 위 일화는 경기중 주고 받는 사인에 개입되는 '인간적인 요소'에 대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뼈가 굵은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재미있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또, 피칭, 배팅, 사인, 벤치, 프론트, 구단 등등 프로야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요소를,  데드볼 시기를 막지나서 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야구사의 생생한 일화를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 놓았습니다. 눈여겨 볼만한 사실은, 책을 쓸 당시 저자가 예견한 야구 추세인데...20여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 보면 놀랍도록 정확한 예측들을 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위 '야빠' 운운하면서 야구가 정적이고 느릿하고 스포츠도 아니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야구장에서 느끼는 그 긴장감과 필드의 선수들의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매력적인 것들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보는 눈이 달라 지는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사실...야구를 왜 좋아하냐고 하면 딱히 꼬집어 할말은 없습니다. 야구는 마치 제게 종교 같은 것이라서요. 종교도 그렇잖습니까? '믿음'에 이유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그냥, 저는 야구를 좋아할 운명이라고 해두지요.

니그로 리그 Homestead GRAYS 의 위대한 타자 Josh Gibson
















 

Posted by Mc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