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에 속은 또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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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참...
감상평을 살짝 적어보기전에 또 까칠하게 한마디 해야겠다. 에드워드 노튼의 출연작이 아니었으면 아마 안보고 지나칠 뻔한 작품이다. 영화 <파이트 클럽> 이후 다시한번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도대체 저 한국판 포스터에 "폭력의 역사를 다시 쓴다"라는 문구는 누가! 왜! 집어 넣은것인가? 제목에 '히스토리'가 들어가는데 영화가 갱영화라고 하니깐, 배급사에서 멋대로 집어 넣은게 분명하다. 영화를 보고 좀 만들어라 이색히들아!
<파이트 클럽>도 처음 한국에 출시 되었을땐, 순전히 티져 광고만 보고... 난 또 그저그런 뻔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인줄로만 알고 수년째 안보고 있다가, 케이블에서 하는걸 우연히 슬쩍 보고 나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제대로 왔었는데..
뭐;; 선입견 때문에 영화를 보지도 않고 '그저그런 영화겠구만' 이라고 성급히 판단해 버린 내 잘못도 있으니...
간단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쓰자면...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흑인들의 총질에 잃은 데릭(에드워드 노튼)은 그 일에 충격을 받아 백인 우월주의자가 된다. 그는 자신의 집에 차를 훔치러 들어온 흑인들을 무참하게 죽이고 체포된다. 그는 체포되는 순간에도 자신의 동생 데니(에드워드 펄롱)에게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인다.
Whatever?! I do what I want!
처음 감옥에선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백인들과 어울리며 잘 적응 하는듯 하였으나, 극단적인 이상주의자였던 데니의 눈엔 유색인종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백인 패거리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하면서, 점점 백인들로 부터도 고립되고 만다... 그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자신의 분노가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스포일러 경고
이건 당최 무슨 영화야?
뭐랄까....영화를 만들다 만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으로 중반까지 잘 이끌어 가던 영화가 중 후반부로 갈 수록, 왠지 점점 허겁지겁 엔딩으로 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디렉터즈컷 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노력으론 고질적인 인종문제가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결국 모든 업(業)을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것인가? 결자해지의 교훈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폭력은 폭력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는 거?
이 영화는 위에 언급된 내용들을 조금씩 담고 있긴 하지만, 그 어느것도 시원스럽고 제대로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인종차별이라는 주제가 없었다면, 시시껄렁한 잡배의 갱단 탈출 잔혹사 정도의 영화 뿐이 되지 않았을 듯하다. (결국... 학교갔다가 필 받아서 손 씻고 새출발 할려다 상대 조직한테 가족을 잃었다는 소리 아냐?)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반론은 어디갔어?
또 한가지, 의문을 제기 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이 영화를 얼핏 보면,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변론을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위에서 말했던 "흥미로운 초중반 - 후잡한 중후반 결론" 이라는 감상에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데릭(에드워드 노튼)의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타당성은 영화 전반부에 매우 상세하게 묘사된다. (물론 마이너러티인 우리들이 보기엔 짜증나지만) 아집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피해망상적이지만, 얼핏 꽤나 그럴듯한 논리와 현실적인 증거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주장를 정당화 한다. 하지만, 나도 기대하고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그에 대한 반론은 영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그래... 물론 그런 멍청한 생각과 행동 때문에 감빵에서 관광도 당했고, 동생도 죽었어.... 근데 뭐?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나쁜 생각이었다는거야?
그 일이 있던 날, 가족들과의 식사시간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는데, 바로 LA폭동의 원인이었던 로드니 킹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데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드니킹이 당한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적인 과잉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만 문제시 삼고 있다고 항변한다. 원본 동영상의 절반 -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들에게 무참하게 폭행 당하고 있는 장면만을 보고 문제시 한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원본 동영상의 나머지 부분 - 즉, 그 일이 있기전 마약에 잔뜩 쩔어서 시속 190km의 난폭한 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는 물론, 체포하려는 경찰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던 로드니 킹의 모습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에선 이런 데릭의 주장만이 심도있게 비춰지고 나온다. 이에 고작 항변을 한다는 소리가 '유태인은 몇천년 동안 박해를...' 어쩌구 하는 소리이거나, 그를 무조건 KKK단이라며 비난 부터 한게 전부이다.(이러니 내가 이영화 만들다 말았다고 한것이다.)
출소를 한다음 데릭의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에게나 친구들에게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하지 않고 그냥, 이 일을 그만하겠다고만 한다. 물론 관객은 (대충...아마도?) 그 이유를 알긴 하지만,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보기엔 그냥 데릭이 정신이 나간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나도 마찬가지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이 일은 안좋은거 같아. 그냥 느낌이 그래. 그만할꺼야....스크루 유 가이즈, 아임 고잉홈" 이러고 땡이다.
형의 추종자이자, 형보다 더 백인우월주의에 젖어있단 동생 데니(에드워드 펄롱)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마찬가지이다. 고작 형이 감빵에서 백인들한테 따돌림 당해서, 언제 흑인들한테 죽을 뻔 했는데, 한 흑인 친구가 도와줘서 겨우 형기를 안전하게 맞칠 수 있었다는 3류 휴먼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소리를 듣고 하룻밤만에 자신의 생각을 바꿧다고라? 이것참..
아메리칸 히스토리? 아니 데릭 비냐드 히스토리일 뿐!
뭐 모든 영화에서 진리나 이상 (너무 거창한가?) 혹은 감흥이나 여운을 느낄 순 없겠지만... 뒷맛이 좋지 않은건 사실이다.
영화는 너무나 거창하고 사회 전반적이며, 범 세계적인 문제를 찔러 놓고, 그 결론은 극히 개인적이고 지협적인 경험만을 통해 도출하려 한다. 그래 데릭이란 녀석은 교도소에 강간당하며 온몸... 아니 온 항문으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것이라고 느꼈겠지.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값을 동생의 죽음으로 치뤘겠지... 그렇다면, 그런 개인사가 없는 나머지들은 어떻게 하라는거야? 데릭의 불행으로 부터 교훈을 얻으라고?
뭐...사실 내가 이렇게 악평을 하는건, 인종차별에 대해... 뭔가 대단한 결론이나 잔인하지만 폐부를 후비는 통렬한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너무 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들..
아버지가 흑인들에게 피살당하기전, 정상적인 가족이었을때 혼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데릭의 아버지는 꽤나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함께 불에 맞써 싸울 유능하고 믿음직한 동료를 선발하는데엔 그의 능력이 최우선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합당한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단지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다우수한 사람(백인이든 뭐든)을 제치고 소방관이 된다면... 그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바로 역 차별에 관한 문제를 거론한다. 그리고 한권의 책만 읽고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중 하나..) 꽤 의미심장하고, 생각해 볼만한 좋은 의문제기이자 의견인데..... 이 망할 영화에선 이 떡밥을 던지자 마자,
데릭의 아버지
아버지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즉, 화재진압 현장에서 흑인들의 총에 맞아 죽은것도, 어쩌면... 아버지의 흑인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게 한다. (뭐야 당할놈이 당했다는걸 말하고 싶은거여?)
혹자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이 영화의 교훈이 '증오'라고.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불러 올 뿐이다. 증오심을 가지지마라! 증오심을 가지지 말자고? 좋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겠나? 회의적이다. 차라리 영화가 증오심을 없에자는 다소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결론을 내기 보단 아래 장면을 결론으로 내렸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차라리 이런 결론으로 끝을 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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