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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man by pungang


 제목은 거창하게도 카트맨의 기원이라고 했지만... 워낙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카트맨의 캐릭터적 특성을, 콕 찝어서 '이거다'라고 말하긴 뭣합니다. 오늘은, 16시즌을 거치는동안 카트맨을 만나온 애청자들과, 캐릭터를 만든 제작자들이 말하는 카트맨의 기원에 대한 추측 중 하나인 '아치 벙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Who is Archie Bunker

 2003년,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국인 VH1에서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대중문화 아이콘 200선 (Greatest Pop Culture Icons) 을 발표했었습니다. 1위에 오프라 윈프리, 2위에 슈퍼맨, 3위에 엘비스 프레슬리 등등이 랭크되었습니다. 실제와 가상, 연예인 정치인 언론인 등을 가리지 않고 가장 대중들에게 영향력 있는 인사를 선정한 이 리스트에 사우스파크에선 유일하게 에릭 카트맨이 19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The Simpsons'은 21위에 이름을 올렸지요. 다만 호머 심슨이 아니라 만화 자체 입니다. 카트맨은 '사우스파크'로 선정된것이 아니라, 에릭 카트맨 그 자체로 선정되었습니다. 당시 7시즌 중)

 이 리스트에 56위에 올라와 있는 이름은 미국의 중견배우 Carroll O'Connor입니다. 바로 그가 연기한 캐릭터 Archie Bunker 로, 이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Archie Bunker (by Carroll O'Connor)

 아치 벙커는 70년대 가장 인기있었던 TV시트콤이었던 All in the Family(1971~1979)의 메인 캐릭터였습니다. 이후에 그를 주인공으로 스핀오프 작품인 Archie Bunker's Place가 제작되었으며 1983년까지 방영되었습니다.


 60~70년대를 거치며, 자유로운 히피 문화와 여권신장의 물결이 넘쳐 흐를때 등장한 이 시트콤은, 좀 무식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아치와, 순종적이면서 지극히 헌신적인 아내 이디스가 미국의 블루컬러 가정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당시에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달린, 미드의 리더였습니다. 특이하게 미국에선 드물게 보는 가부장적인 드라마 였지요.

 드라마 속 아치는 고집이 세고, 순종적이며 착한 아내를 구박하며 사회에 대해선 언제나 불만투성이어서 항상 말을 거칠게 내 뱉어 버립니다.  반정치적인 발언이나 인종적인 발언, 특히 유대인이나 흑인, 아시아인들에 대해 서슴치 않고 욕설을 쏟아내다가 평등주의를 주창하는 딸과 사위에 부딪쳐 결사적인 언쟁을 벌어기도 합니다. 대부분 그들과의 말다툼은 지는걸로 결론이 나는데, 가방끈이 짧아 말다툼에서는 항상 논리가 딸리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치가 잘못된 지식이나 어려운 단어를 몰라 당황하면도 자신의 무지와 자조를 감추려 하거나 비겁하게 피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강한 자존심과 배짱, 그리고 촌철살인의 가시돋친 말들을 시원해 하고, 그런 그를 사랑했습니다.

 아치는 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퇴역 군인이며 공화당원이었습니다. 종종 그리스도를 찾는 기독교도 였지만 그의 아내 이디스와의 결혼생활 22년 동안 단 7번만 교회에 갔다고 합니다(결혼식 포함). 그는 언제나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꺼내 세상을 안주삼아 질근질근 씹어대거나, 기껏해야 동네 술집에 찾아가 샷 한잔에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로 자위할 수 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의 능력의 한계와 외로움을 대변해 주는 캐릭터 였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뿐, 마음속으로는 사실 누구보다도 아내와 가족들을 끔찍히 사랑하였고, 엄청난 독설로 미국의 사회문제를 거리낌 없이 들추어 내고 그만의 관점으로 비판하던 그는, 당시 미국 남성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출처 김학천의 미국 이야기 : 캐릭터에 비친 미국 가족상)

 사우스파크 팬들에게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아치 벙커의 아내 이디스 벙커 입니다. 그녀는 마치 우리나라의 유교적 정서에 기반한듯 순종적 아내의 전형적인 인물로 나옵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친절하며 헌신적이며, 아치에겐 찍소리 못하고 무조건 예스라는 대답만 합니다. (물론 가끔은 당당히 아치에게 맞서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럴때 마다 아치는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라 했죠)

Edith and Archie


 10여년이 넘는 동안 방영되면서 아치벙커이즘 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그의 캐릭터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론 "고집세고 가진것도 없으면서 자존심과 편견으로 똘똘뭉친 백인 남자" 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말이죠.


Cartman is Archie Bunker of Our Generation

 2008년 트레이 파커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번째 시즌을 제작 하면서 우리(멧&트레이)는 카트맨이 little Archie Bunker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우리 둘다 All in the Family의 엄청난 팬이었거든요. 이사실을 깨닫고 우리는 그 시트콤을 다시 찾아 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정말 그렇다는걸 알았습니다."

 "(카트맨은) 8살짜리 어린애 이기 때문에 뭐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 처럼 입을 수도 있지요, 8살 짜리니까요. 그는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사실 알지 못할뿐더러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8살이니까요. 카트맨은 단지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든것 뿐입니다. 8살짜리 아치 벙커를 만나면 아마 카트맨과 비슷하겠죠."


 16여년 동안, 워낙 많은 에피소드에사 다양한 면을 보여준 카트맨 이라는 캐릭터가 오직 아치 벙커의 캐릭터에서만 왔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제작자들도 인정하고, 많은 사우스파크의 팬들도 느끼듯 카트맨이 아치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거기에 만화만이 가질수 있는 과장과 무궁한 상상력이 합쳐져 현재의 에릭 카트맨이 생겨난게 아닌가 합니다.

 아치나 카트맨이나 '나쁜' 혹은 '비이성적인'캐릭터 인것은 확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는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 하지 못한 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런 것들의 밖으로 표출되는 것을 최소화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교육이라고 표현하지만 일종의 '본성에 대한 억압' 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그래서 오히려 아치나 카트맨 같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견이나 몰상식 할정도의 아집스러움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치나 카트맨 캐릭터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웃기 위해 만든 캐릭터 이기도 하지만, 전혀 거리낌 없는듯 행동하는 그들을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없다고 할 순 없겠습니다. 우리에게 박명수나 김구라 같은 연예인이 있는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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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c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