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는 정의로운가?
마냥 "모병제는 안된다"라고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징병제를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미친놈이 징병제를 좋타고 할 것인가?) 과연 모병제 라는 제도에 어떤 본질적인 요소들이 숨어있느냐 하는데 대한 의문이다.
모병제... 일단 그럴듯 하다. 원하는 사람만 군에 입대하는 제도이다. 간단하다. 많은 혜택과 월급을 주는 것으로 군입대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흔히 징병제를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의 국가전체주의에 비유를 하며 폐지를 하자고 주장한다. 국민 개개인의 인격과 권리를 국가가 통제 한다는 의미에서 아마 그런 비유를 하는듯 하다. 좋타. '어느정도' 인정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징병제를 대신할 모병제는 어떨까?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북군진영에선 이제 막 징병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남부에선 이미 실시중) 물론 이 징병제는 우리의 그것과는 다르다. 일단 입영 대상자들을 선발하고, 그 중에서 '제비뽑기'에 걸린 사람이 군에 입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수 없으면 군대에 끌려 가는 것이다. 자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제비뽑기에 걸려 입대를 해야 하는 사람은 '대리인'을 고용하는것이 가능하다. 노예제도 폐지를 외친 북군이었으니 흑인 노예를 강제로 대리인으로 내세우진 않았을듯 하다. 입영 대상자들은 대리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내기 시작했고 그 가격은 무려 1500 달러 까지 솟아 올랐다 (노동자의 연봉이 300달러정도이던 시절). 덕분에, "부자들의 전쟁(war), 가난한 자들의 싸움(battle)" 이라는 표어까지 생기기도 했다.
남북전쟁 시절 북부에서 발생한 이 현상과, 현대의 '모병제'와 다를게 있을까? 큰 의미에서, 북부주 사람들은 인간의 목숨을 돈을 주고 산 것이다. 대리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돈과 바꾸었다. 현대의 모병제는 국가가 개인의 목숨을 돈을 지불하고 사는 행위이다. 아니. 틀렸다. '국가' 혹은 '정부'라고 하는 큰 덩치 뒤에 숨은 개인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돈(세금)을 지불 하고 구매하는 행위이다. 그것도 매우 합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매우 쉽고 편리하게도!) 모병제가 인간을 목적으로 여기지 않고 수단이나 도구로 여기는 행위라는걸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모병제도는 순수한 개인의 자유의지로 이루어 지는 행위이다. 입대를 택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입대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당한 사회현상이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정말 정당한가? 정말? 정말 그 사람들이 순수하고 고결한 '개인의 자유의지'로 입대를 택했다고 생각하는가?
바꿔서 말해볼까? 재일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월 700만원 짜리 원전피해복구 인력을 구하는 광고나 행위는 정당하다. 700만원짜리 방사능 샤워를 하러 가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월700이면 나도 솔깃한데 c foot....자유의지니 존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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